당신의 비즈니스 모델, 혹시 모래성 위에 쌓고 있진 않나요?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 혹시 모래성 위에 쌓고 있진 않나요?

— 비즈니스의 성공가능성을 검증하는 방법

이 글은 2017년 12월 6일자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슬로언 매니지먼트 리뷰에 실린 존 폘드의 가설 검증하기(How to Test Your Assumptions)를 번역한 것입니다.

/ 번역일: 01. Nov. 2022.

당신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을 만들면서, 바람직한 순서로 가설을 테스트한다면 빠르게 최적의 경로 수정을 할 수 있고, 덕분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새 사업이 성공하려면, 많은 가정들이 사실임을 입증해야 한다. 바람직한 순서를 따라 가정을 테스트한 팀은 빠르게 최적의 경로 수정을 할 수 있고, 덕분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이 글은 방법론으로서, (1) 가설 또는 숨은 전제(unknowns)들을 식별하고, (2) 이 가설이나 전제들을 세 변인, 즉 심각성, 확률, 수행 비용을 기준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개괄한다.

학계에 있으면서, 나는 20년 넘게 스타트업과 상장사 모두에서 마케팅, 기술, 경영 일반을 다뤘다. 이 글과 관련해서는, 2000년 12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얼라인 테크놀러지 사(Align Technology Inc.)의 기술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6,800명 규모의 기업이 된 얼라인에서(역주: 2021년 12월 기준 22,500명 규모), 나는 가설을 검증하는 일의 중요성을 처음 배웠다. 얼라인을 떠난 뒤로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 팀과 함께 시스템적 접근을 통한 가설 검증 방법론을 개발해왔다. 아래에서 나는 가설 검증으로 505명의 임직원을 가진 뉴욕시 소재의 렌트더런웨이 사(Rent the Runway Inc.)의 빠른 성공을 도울 수 있었던 일화를 통해 이를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얼라인 사의 초기 단계에서, 이 방법이 현금을 아끼도록 도울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

이른바 린 스타트업 방법론과 그로부터 파생된 접근법들을 둘러싼 열광적인 반응은, "창업가라면 당연히 만들고, 일찍 그리고 자주 실패해야 한다"는 마인드셋, 스타트업 업계 용어로 '이터레이션'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패만 가지고선 무엇도 배울 수 없다. 수백만 가지 나쁜 아이디어를 두고 하나씩 지워가는 식으로는 좋은 아이디어에 다가서기 어렵다. 새로운 사업가로서 당신은 성공 가설의 전제가 되는 요소를 평가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당신은 또한 바람직한 검증을 가능케하는 방법을 통해 이를 모형화해야 한다. 예컨대 당신이 정한 소비자가격에 사람들이 제품을 살 것이라는 가설은, 아주 커다란 가설이다. 이를 확실히 검증하려면 완성품을 출시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가로서 당신은 커다란 가설들을 개별적이고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쪼개서 테스트함으로써 비즈니스에 관해 효율적으로 배워갈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모든 가설을 식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증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각 단계를 통해 사업의 핵심 가설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검증 과정은 사업가인 당신으로 하여금 방향전환 즉 '피봇'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극할 것이다. 이 방법론의 핵심은 세 가지 변인에 따라 가설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다. 세 가지 변인이란 심각성, 확률, 수행 비용이다.

심각성(severity)은 가정이 맞지 않을 때 사업에 미치는 충격이다. 그렇다면 가장 심각한 가정은, 적어도 고객의 필요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렌트더런웨이가 그 사례였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문 두 명이 2009년에 시작한 렌트더런웨이는 고객들에게 최첨단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빌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 가정, 즉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의상을 빌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점에 기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사업 착수 전에 이 가설을 테스트해보았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은 또한 창업자들이 도맷가로 의상을 빌릴 수 있을지에도 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착수 전에 그런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지 또한 테스트했다.

물론 파트너십이나 기술에 관한 심각성 가정은 사업마다 다 다르다. 예컨대 의료기기 스타트업이라면 파트너십보다는 특정 기술의 보유 유무에 따라 사업의 전망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가설의 심각성이란 측정은 어려워도 직관을 이용하면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규칙으로, 다른 모든 게 같고 가설 B보다 가설 A의 심각성이 더 크다면, A를 먼저 테스트하라.

두 번째 요인은 가설이 참일 확률(probability)이다. 다수의 직관에 반하는, 참일 확률이 낮은 가설들이 먼저 테스트되어야 한다. 사실에 가까운 듯한 가설들을 우선 검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인다. 맞는 말일 거라는 피드백은 듣기 좋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가설 검증의 목표가 시간과 돈을 덜 씀으로써 중요한 피봇을 하거나 사업을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참일 확률이 제일 적은 것들을 먼저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즉, 다른 모든 게 같고 가설 B보다 가설 A가 덜 그럼직하다면, A를 먼저 테스트하라.

세 번째 요인은 불확실성 해소의 비용(cost of resolution)이다. 가설 검증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가설의 타당성을 충분히 확인시켜줄 증거는 무엇인가? 렌트더런웨이 사례에서, 창업자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000명의 잠재고객에게 의상 사진이 든 PDF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 엄청나게 많은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옷을 빌리리라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이 핵심 가설을 검증하는 데에는 그저 대량 메일을 보내는 정도의 낮은 비용만이 들었을 뿐이었다. 잠재적으로 고비용이 들 수도 있었던, 풀착장된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가설 검증 비용을 추산할 때, 사업가로서 당신은 (1) 검증을 위해 어떤 증거가 필요할지 따져보고, (2) 가장 단순한, 최소비용의 증거수집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방법론의 세 번째 규칙은, 다른 모든 게 같고 가설 B보다 가설 A의 검증 비용이 낮다면, A를 먼저 테스트하라는 것이다.

별도로 고려된 이 변인들을, 이제 우리는 한 데 모아볼 수 있다. 숨은 전제의 심각성과 그 확률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목차를 이용해 잠재된 충격의 심각성 곱하기 숨은 전제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 각 항목에 순위를 매길 수 있다(이 값은 보통 우리가 "리스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숨은 전제들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돈과 시간을 모두 합산하는 것과 같은, 비용에 대한 리스크의 비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다.

\({(심각성) \times (가설이\,틀릴\, 확률) \over (검증비용) } \)

이 비율로 가설들의 순위를 매길 수 있다. 가설들을 이 순서대로 다룸으로써, 어떤 가설의 리스크가 제일 크고 가장 빠르면서도 저비용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순위는 가장 큰 리스크를 가진 저비용의 가설을 순서대로 검증해가는 경로를 제시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얼라인 테크놀러지의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1997년에 설립된 얼라인은 치아 부정교합(덧니) 교정 장치 개발을 위한 벤처 자금을 유치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인비스얼라인(Invisalign)은 1999년에 데뷔했다. 제품 컨셉은 맞춤형 투명 플라스틱 치아교정장치였다. 현재 얼라인은 치아교정 시장의 지배적인 공급자로, 2016년 11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첫 6년 동안 얼라인은 250만 달러의 투자자금이 거의 다 떨어질 뻔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만 하다. '얼라인에서 초기의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좀 더 영리한 접근을 통해 가설을 식별하고 검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얼라인의 창업자들은 자동화된, 기술기반의 제조 공정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로부터 몇년 후 그들은 목표를 달성해냈다. 하지만 몇 번에 걸친 값비싼 기술적 전환, 온갖 시도와 실수가 동반되었다.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고객 발굴 마케팅에 집중한 일이었다.

돌아보면 모든 게 분명한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얼라인은 힘겨웠던 과거에 최근의 성공을 덧씌우며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낙관적인 평가를 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특정한 가설들을 검증하는 것이 좀 더 매끄러운 초기 성장 경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믿는다. 예컨대 얼라인이 약간의 지역기반 검증을 미리 거쳤다면, 환자의 단독 수요만이 아닌, 제품에 대한 환자의 필요가 치과의사들의 수용과 함께 결합될 때 인비스얼라인이 시장에 더 폭넓게 채택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장 검증을 위해서는 제품 생산 공정 체계가 먼저 구축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검증은 조직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기 전에 [비용과 시간을 덜 들여서] 좀 더 작은 규모로, 통제된 상황 하에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의 구체적인 요소들은, 사업가들이 이와 같은 가설 검증 원칙을 구체적인 행동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컨대 어떤 가설이 가장 큰 심각성을 가질지를 놓고 사업가와 투자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시장의 변동에 따라 여러 가설을 동시에 검증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가이드라인과 다른 검증 순서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창업자들은, 단언컨대 언제나 숨은 전제들과 부정확한 정보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방법론이 새로운 모험의 한복판에 숨어 있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를 희망한다.

저자 소개


존 폘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듀크대학교 푸쿠아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기업가정신 및 혁신센터 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