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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 목마른 이들에게 2가지 영약을 팝니다

— F-Lab은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일까 III


목차

교육기업은 '교육'을 판매하지 않는다
21세기의 신흥종교, 모던 스타트업과 에프랩
성장에 목마른 이들에게 2가지 영약을 팝니다


첫번째, 멘토링: 학습을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피드백

이 글에서는 멘토링이라고 이름불리는 에프랩의 제품, 상품 혹은 프로덕트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에프랩이 판매하고 있는 것은 교육 상품도, 멘토링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에프랩은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주는 일을 할 뿐, 그게 뭔지는 모르겄다" 식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에프랩의 비즈니스 히스토리,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우리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들은 왜 혼자서는 못했던 강도 높은 학습과 성장을, 멘토링의 결과로 달성할 수 있게 되는가입니다. 더 짧게는, "왜 멘토링의 학습 성과가 좋은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멘토링이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고객 세그먼트는 따로 다뤄야 할 더 큰 주제이니까요. 다음 주부터 써야겠네?)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신년 결심? 운명의 책? 충격적인 사건?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제가 보기에 우리 삶을 바꾸는 강력한 계기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피드백입니다.

태어나서 불을 처음 본 아이는 그것이 뜨거운지 모릅니다. 부모가 주의를 시켜서 불을 멀리 할 수는 있겠지만 진짜로 손에 데이기 전까지는 타오르는 불길에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기고 만져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때 불에 직접 손을 갖다대서 데이는 것은, "불은 뜨거운 것이고,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학습하는 가장 강력한 피드백일 것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상황에서 대부분의 고객은 어른이고, 그들은 말귀를 알아먹을 뿐 아니라 머리를 써서 상황을 해석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은 어지간한 피드백에는 꿈쩍도 않을 정도로,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혹은 아무리 유연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멘토링은 변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외부 피드백입니다

우리의 잠재 고객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은 변화를 희망하지만, 변화를 일으킬만한 피드백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강의를 보기도 하고, 혼자 책을 찾아 읽기도 하지만 쉽사리 지속되지 못합니다.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우리의 멘토링 수료생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는 것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의 짧고 굵은, 그러나 장기적인 피드백"이 분명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매주 1시간, 6개월간의 멘토링을 통해서 초급 개발자가 중급 개발자가 됩니다. 더 정확히는 기술 직군의 입문자가, 스스로 장기적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유능한 전문인으로 거듭납니다.

멘토링의 학습 성과는, 바로 "유능한 시니어의 피드백"이 갖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멘토링의 학습 성과가 좋은 이유는 바로 유능한 시니어의 피드백이 그 이전의 여러 학습과 변화 시도를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왜 유능한 시니어의 피드백이 강력한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글에서 그것을 상세히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매한 대부분의 멘티들을 통해 이미 그 결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프랩은 1차적으로는 바로 이것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던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고객에게 선택받는 성공적인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능한 시니어의 신묘한 힘

에프랩의 제품을 정의하고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질문은, 잠재고객들은 왜 멘토링을 선택하는가입니다.

이것은 멘토링을 선택한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멘토링 프로그램 구매 이전에, 에프랩을 발견하고 왜 그것을 구매하고 싶어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즉, "멘토링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인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멘토링을 끝낸 멘티의 리뷰를 읽거나, 설득을 당했거나 하는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품이 좋다"는 말만으로 그 제품을 좋게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경험자가 여러가지를 이야기할 때 그 중 어떤 지점이 잠재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유능한 시니어의 피드백"이 갖는 강한 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잠재고객은 그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에프랩에서 제공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 자체가 잠재고객을 설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에프랩 홈페이지는, 혹은 멘티들의 리뷰는 멘토링의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부분이 정확하게 잠재고객의 구매니즈에 부합하는지 앞으로 좀 더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멘토링을 이미 구매한 고객들이 에프랩을 만나게 되는 무렵의 맥락, 즉 경험 타임라인에 비추어 보면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에프랩 고객의 다수는 개발 직군에서 어느 정도 일을 해 본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라고 하면 매우 폭이 넓겠지만, 적어도 특정한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이용해서 구동가능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경험을 한 번 이상 갖춘 사람이라고 본다면 대개 맞을 것입니다.

("스크립트"를 영화 대본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은 분명히 현시점에서 에프랩의 타겟 고객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뭔가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이직 충동'으로 이어지지만,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속한 환경(그것이 학교든, 직장이든, 혹은 온라인 강의 수강을 하는 상황이든)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구일 것입니다.

두번째, 로드맵: 성장과 학습에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

부트캠프나 온라인 강좌, 동아리, 팀플 참여, 회사 내에서 상담 등 각종 시도를 해보지만 답이 없다고 느낀 끝에 이들은 에프랩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에프랩에서, 그리고 아마도 "멘토링"을 통해서 자신의 성장과 학습에 필요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혹은 성장과 학습 계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후 6개월 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결국 에프랩은 멘토링 과정 중에는 "유능한 시니어의 피드백"을 판매하지만, 결제 직전까지는 잠재고객의 시간과 관심(이것도 자본 혹은 자원이라고 생각한다면)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성장 로드맵과 가능성을 팔고 있는 것입니다.

가능성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한다면, 사실은 그들이 꿈꾸는 어떤 모습에 관한 비전일 것입니다. 이 비전은 대체로 에프랩의 멘토들이 강조하는 기술학습의 방법론, 비즈니스에 관한 시야, 혹은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메타인지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새로운 방식의 자기이해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뭐가 됐든, 에프랩의 홈페이지와 커리큘럼 설명, 멘티들의 후기에는 이에 관한 내용들로 넘쳐납니다.

사실 이 리뷰는 단순한 리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중요한 상품, 제품 중 하나입니다. 잠재고객이 에프랩 멘토링에 대한 리뷰를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에프랩은 고객에게 제품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로드맵' 구매는, 멘토링 구매를 위한 필수과정이다

"리뷰를 읽는 순간부터 제품 경험 제공이 시작된다"는 점은 교육 상품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교육 상품의 경험은 모두 머릿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아이폰처럼 손에 쥐지 않아도, 떡볶이처럼 입에 넣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거나, 대표멘토인 피츠와의 상담과 같은 약간의 트리거만 있으면 판매 전에도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에프랩은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니어 기술인재들의 성장과 학습에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로드맵을, 멘토링 이전부터 판매합니다. 그리고 이 상품을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주의력을 화폐로) 구매한 사람들이 멘토링 구매로 이어집니다.

많은 멘티들을 인터뷰해보면 에프랩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결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이유는 멘토링 자체의 비싼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에프랩이 제시하는 성장 로드맵에 대한 구매가 선행되어야 멘토링 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그 성장 로드맵을 구매하는 과정 또한 상당히 고차원적인 학습입니다. 잠재 고객들은 그 학습 경험에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혹은 자신이 오랫동안 원해왔던 무언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프랩이 사전준비 단계로서, 입문 제품으로서 이러한 로드맵을 좀 더 효과적으로 판매한다면 멘토링 구매유입 또한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일어나리라고 봅니다.

💡
지금까지 세 편에 걸친 글을 통해, 에프랩이 무엇을 팔고 있는지에 대한 잠정적인 분석과 정의를 내렸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고객중심주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에프랩이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을 통해 발굴한 고객 히스토리를 정리하고, 앞으로 집중해야 할 고객과 새롭게 발굴할 고객을 전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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